창의적인 대안은 여러 가지 분야가 교류하는 가운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Nicholas Kristof의 글은 언제나 흥미롭다. 학제를 넘나드는 그의 관심과 폭넓은 사고는 소위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
이번 글은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 증독증(toxic stress)1에서 시작된다. 의학적 문제인 스트레스 중독증에서부터 복지 정책으로까지 글을 전개하는 그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다만, 칼럼니스트라는 직업 때문인지 문제 제기는 훌륭하나 대안 제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칼럼니스트를 비롯한 언론인, 교수들의 사회적 역할은 지속적인 문제 제기(issue-raising)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제기된 문제들 중에서 가용 가능한 자원, 문제의 시급성 및 중요성, 개선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안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소위 관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보면 issue-raiser와 issue-settler 간의 역할이 잘 배분되어 있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양 집단 간의 협력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2. 일단 두 집단이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관료들은 교수들이 대안도 없이 주제 넘게 나선다고 비판하고, 교수들은 관료들에게 생각없이 일한다고 비판한다. 과연 이것이 타당한 비판일까?
아무튼 NYT에 실린 Kristof의 칼럼을 소개한다. 원문은 글 맨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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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내용이지만, 오른쪽의 간판의 메시지가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과학자들은 어린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총기나 수영장, 과속 주행하는 자동차들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유아기부터 - 심지어 태아 시절부터 - 겪는 ‘스트레스 중독증(toxic stress)’라고 말한다.
이번 달 미국소아과학회는 스트레스 중독증이 어린이의 생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 있는 경고를 우리에게 던진다. 나는 그 어느 누구보다 의학적 연구 결과에 대한 자극적인 뉴스 기사에 회의적인 사람이다. 예컨대, “커피는 몸에 좋다!” 혹은 “커피는 몸에 좋다!”라는 식의 뉴스 기사들 말이다. 하지만 이번 경고는 이러한 자극성 기사3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소아과학회의 이번 발표는 최고의 소아과 전문의들이 20연에 걸친 과학적 연구 결과에 기초해 발표한 ‘정책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발표는 의학계에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가난, 범죄를 퇴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혁명적인 함의를 갖는다.
스트레스 중독증은 부모의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이 가정에서 위협받거나 맞을 때에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적인 무관심(예컨대, 아이들이 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관심을 주지 않을 때가 그러하다. 애정과 관심은 아이들의 스트레스 중독증을 해소시켜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계속 관심을 갖도록 하자!)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 스트레스 중독증이 발생하는 상기한 사례들로 미뤄볼 때, 아이들은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위협을 느낄 때 스트레스를 받게 됨을 알 수 있다.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한 환경은 아이들의(심지어 태아들의) 몸에서 코티솔(cortisol)이 대량 분비되게 만든다. 이러한 코티솔의 과다 분비는 신진대사나 뇌의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스트레스 증후군은 때로는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구적인 손상을 끼칠 수도 있다. 심지어 오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이후에도, 어린 시절 스트레스 중독증을 겪은 사람들은 심장병, 비만, 당뇨 등 신체적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은 학교에서 문제아가 되거나, 다혈질적인 사람이 되고,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도 일반적인 사람보다 높다.
미국소아과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태아가 수정된 시기부터 초기 아동기 시기까지가 매우 중요한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이후에는 뇌의 유연성이 떨어져 외부 충격으로 뇌의 구조가 변화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총책임자인 하버드 대학교 출신의 소아과전문의인 Jack P. Shonkoff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행동은 아이가 성장한 이후에도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손상된 뇌 구조는 복구할 수가 없다. 우리는 어린 시절 적대적 환경에 놓였던 어린이들이 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생물학적 모델의 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이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진실을 들춰낸다:
‘가난은 부분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행동 때문에 극복하기 어렵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종종 밝은 경우도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학교를 결석하고 마약에 중독되며, 법을 위반하고 결혼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패턴은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서도 답습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주의자들은 때때로 이러한 자기파괴적인 병리학적 측면을 무시하기도 한다. 한편, 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병리학적 설명에 기초해 빈곤 계층의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체적·정신적 장애와 낮은 학습 성취도의 근원은 생물학적으로 각인되는 것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이러한 생물학적 각인이 예방 가능한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Jack P. Shonkoff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는 사회적·계층적 불평등의 생물학이다. 유년기의 경험은 우리의 몸에 그대로 체화된다.” - Jank P. Shonkoff -
이번 연구는 가난의 세대간 악순환을 막기 위한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기회의 창은 고등 교육이나 유치원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아기 혹은 산모의 임신 시기에 열려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학회는 이번 발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유아를 적대적인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고질적이고 어려운 문제들 – 예컨대, 낮은 학습 성취도, 경제 생산성의 감소, 범죄, 건강의 계층간 불균형 등-에 대처하는 과학적이고 의미있는 대안이다.”
아동 전문 기관인 Nurse-Family Partnership의 예를 들어보자. 동 기관은 첫 임신 중인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의 여성들에게 전문가들을 파견한다. 이들 전문가들은 흡연,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출산 이후 신생아에게 모유 수유와 충분한 영양 공급이 중요함을 상기시킨다. 또한, 아이를 안아주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것을 권한다. Nurse-Family Partnership의 이 프로그램은 아이가 2살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진행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거친 아이들이 6살이 됐을 때, 몇 가지 조사를 시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유년기에 Nurse-Family Partnership의 프로그램을 거친 가정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보다 행동 장애나 지적 장애를 겪는 사례가 1/3 수준이었다. 아이들이 15살이 되었을 때에는 동 프로그램을 거친 가정의 아이들이 경찰에 수감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년기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증거는 하나 둘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 독일이 짧은 기간 기근을 겪었던 시기에 태아 상태에 있었던 독일인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증거 자료 중 하나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 시기 직전 혹은 직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집중력에서 문제를 보였고, 심장병 발병 비율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애정 결핍 상태에 놓여 있던 아이들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다. 고아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염색체 말단소립의 길이가 짧았으며, 노화 속도를 가속화하는 염색체에서 변화가 발견됐다. 또한, 이 아이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이 밝혀졌다.
과학적인 근거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생물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가난을 퇴치하고, 국민들의 교육 성취도,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보다 이른 생애 시기부터 대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미 상처를 받은 상태로 입학한다. Frederick Douglas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비뚤어진 어른을 계도하는 것보다 건전한 어린이를 길러내는 것이 더 쉽다(It is easier to build strong children than to repair broken men).”
- Frederick Douglas -
원문 보기
- 코티솔(cortisol) 호르몬을 통해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스트레스 중독증(toxic stress)의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여러가지 반응을 보이며 몸을 보호한다. 코티솔(cortisol)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코티솔은 지방 세포의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지속적인 코티솔 분비로 고지방, 고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결국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본 블로그의 regimen 관련 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문으로]
- 글쎄.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것은 내가 미국 관료가 아니라 한국 관료이기 때문인 점이 큰 것 같다. 남의 떡은 언제나 커 보인다. [본문으로]
- 자극적인 기사가 범람하면서 연구 내용까지 자극적인 분야에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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